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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이야기

프랑스 욕설과 프랑스 사회

by Language Diary 2025. 6. 24.

 

프랑스어 욕설, 단순히 거친 말이 아닙니다. 프랑스 사회의 문화와 금기, 감정을 드러내는 언어의 얼굴입니다. 욕설을 통해 보는 프랑스 사회와 언어의 경계를 함께 살펴봅니다.

 

 

프랑스 욕설과 프랑스 사회 – 언어 금기의 경계

프랑스어를 공부하다 보면 '이건 왜 이렇게 노골적이지?' 혹은 '이런 단어가 왜 이렇게 자주 쓰이지?' 하는 표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욕설, 즉 gros mots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욕설은 단순히 거친 말, 예의 없는 표현 그 이상입니다. 프랑스 욕설은 그 사회가 어떤 걸 불편해하는지, 어떤 걸 금기시하는지 그대로 드러내는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프랑스 욕설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사회적 맥락 속에서 쓰이는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프랑스 사회의 단면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1. 욕설은 단순한 나쁜 말일까?

먼저 욕설이라는 개념부터 짚고 가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욕'은 화날 때 내뱉는 말, 누군가를 공격하는 말 정도로 이해되죠. 하지만 사회언어학적으로 보면 욕설은 금기를 건드리는 언어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이건 말하지 말자'라고 합의한 영역을 일부러 찌르는 방식이죠.

프랑스어 욕설도 그렇습니다. 대부분 다음 세 가지 주제에서 파생됩니다.

  • 종교나 신성한 개념 (예: 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
  • 성(性)과 신체, 배설에 관련된 표현
  • 가족, 특히 어머니에 대한 모욕

이 세 가지는 '건드리면 안 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거꾸로 가장 강한 감정 표현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2. 욕설에도 역사가 있다

프랑스 욕설은 역사 속에서 그 형태와 주제가 계속 바뀌어 왔습니다. 중세 시대에는 종교 중심 사회였기 때문에, 욕설도 신성모독(blasphème)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신이나 성인을 조롱하거나 비틀어 부르는 말들이 대표적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 분위기도 바뀌고, 욕설의 양상도 달라졌습니다. 18세기 계몽주의와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 종교적 권위가 약해지자, 신성모독은 예전만큼 충격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계급적 모욕이나 정치적 비판이 새로운 형태의 거친 언어로 등장했죠. 하지만 종교적 욕설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19세기까지도 여전히 강력한 욕설로 남아있었어요.

 

20세기 들어서면서 성 혁명과 함께 성적 표현이 가장 센 욕설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처럼 욕설은 시대의 민감한 부분을 고스란히 반영하면서도, 여러 층위가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3. 프랑스 사람들은 욕을 언제 쓸까?

그렇다고 프랑스 사람들이 아무 데서나 욕설을 쓰는 건 아닙니다. 욕설은 사회적 규칙 안에서 '은근히' 사용됩니다.

  • 친구나 동료끼리는 농담처럼 주고받기도 하고,
  •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일종의 친밀감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죠.
  • 반면, 회사나 학교, 공공장소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같은 말이라도 상황과 상대에 따라 쓰임이 달라지는데요, 언어학에서는 이런 걸 코드 스위칭(code-switching)이라고 부릅니다. 말하자면, 프랑스어 욕설은 은근히 눈치 보는 언어예요.

 

 

4. 프랑스 욕설이 말해주는 사회의 민감한 지점들

프랑스 욕설을 잘 들여다보면, 어떤 주제가 민감하고, 어떤 대상이 사회적으로 취약한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 '엄마'를 욕설에 포함시키는 건, 가족과 여성 모두를 동시에 모욕하는 효과를 내죠.
  • 성적인 표현이 강한 욕설로 쓰인다는 건, 성적 가치관이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언어에 남아 있다는 뜻이고,
  • 인종, 종교, 성 정체성에 대한 차별적 표현은 단순한 욕설을 넘어서 혐오 발언으로 분류되어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욕설은 그 사회가 어디에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언어적 나침반 같은 거예요.

 

 

5. 억압의 결과인가, 해방의 수단인가?

욕설은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언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억압된 감정이나 사회적 긴장을 풀어내는 역할도 합니다. 사회학자들은 금기가 강할수록 그 금기를 뚫고 나오려는 언어적 충동도 강해진다고 분석합니다.

 

시위 현장에서 들리는 거친 구호들, 노동자들의 불만을 담은 랩 가사 속 욕설은 단순한 욕이 아닙니다. 사회에 대한 저항, 구조에 대한 분노를 담은 상징적인 표현이기도 하죠. 1968년 파리의 학생 시위에서 나온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구호처럼, 때로는 욕설이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의 언어가 되기도 합니다.

 

 

6. 욕설에도 '공적 기준'은 있다

프랑스 영화나 음악에서는 욕설이 비교적 자유롭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TV 뉴스, 라디오, 학교 교재에서는 철저하게 제한됩니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에는 강한 규제가 적용되죠.

 

CSA(프랑스 시청각위원회)는 방송에서 욕설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시간대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합니다. 저녁 시간대에는 상당히 관대하지만,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시간에는 엄격하게 통제하는 식이죠.

 

이건 프랑스 사회가 욕설을 단순히 '표현의 자유'로만 보지는 않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예술에서는 허용되지만, 교육이나 공공성에서는 여전히 경계해야 할 표현으로 여기는 것이죠. 이중적인 태도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적절함'의 기준이 깔려 있습니다.

 


 

욕설을 통해 보는 프랑스의 민낯

프랑스어 욕설은 단순히 듣기 거북한 말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프랑스 사회가 감추고 싶은 것들,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때로는 억압을 드러내고, 때로는 해방을 상징하며, 욕설은 언어와 사회의 접점을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현상입니다.

 

욕은 그 자체로 폭력일 수 있지만,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유일한 언어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욕설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프랑스 사회의 민감한 지점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창이 되는 셈이죠.

 

언어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사회가 변하면 욕설도 따라 변합니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어떤 말이 가장 센 욕으로 여겨지는지 관찰하다 보면, 현재 프랑스 사회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