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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생활/프랑스 대학생활

프랑스 교육제도 3편: 대학교육과 미래 전망

by Language Diary 2025. 7. 25.

 

프랑스 교육제도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는 그랑제콜과 함께 프랑스 고등교육의 양대 축을 이루는 대학 시스템, 그리고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프랑스 교육이 직면한 도전과 미래 전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전통과 혁신, 평등과 우수성, 국가적 정체성과 국제적 개방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프랑스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탐구해 보겠습니다.

 

 

프랑스 대학 시스템: 개방성과 다양성의 구현

대학의 철학: 교육의 민주화

프랑스 대학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성'입니다. 바칼로레아만 있으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원칙은 교육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려는 프랑스 공화주의 이념의 구현체입니다. 이는 선발을 통해 엘리트를 양성하는 그랑제콜과는 정반대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전국에 약 80개의 국립대학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국가의 직접적인 관리 하에 있습니다. 등록금은 EU 시민 기준 연간 170유로(학사), 243유로(석사) 정도로 거의 무료에 가깝습니다. 비EU 시민의 경우 2019년부터 등록금이 인상되어 연간 2,770유로(학사), 3,770유로(석사)이지만, 여전히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개방성은 프랑스 사회의 사회적 이동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합니다. 경제적 배경에 관계없이 누구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LMD 시스템: 유럽 통합의 산물

프랑스 대학은 2003년부터 LMD 시스템(Licence-Master-Doctorat)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유럽 고등교육 통합을 위한 볼로냐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학생들의 국제 이동성을 높이고 학위의 상호 인정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리성스(Licence) 과정은 3년 180학점으로 구성된 학사 과정입니다. 첫 해는 넓은 범위의 기초 교양과목을 공부하며, 점차 전공을 구체화해 나갑니다. 이 시기에는 진로 변경이 상대적으로 쉬워,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마스터(Master) 과정은 2년 120학점으로, 연구 중심의 마스터와 전문직업 중심의 마스터로 구분됩니다. 연구 중심 마스터는 박사과정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이며, 전문직업 마스터는 특정 직업 분야의 전문성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둡니다.

 

박사(Doctorat) 과정은 최소 3년간 진행되며, 독창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프랑스의 박사과정은 매우 엄격하게 운영되며,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요구합니다.

 

 

주요 대학들의 특징

소르본 대학교는 프랑스 대학의 상징적 존재입니다. 1257년 설립된 이 대학은 중세부터 현재까지 유럽 지성사의 중심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여러 대학으로 분화되어 있지만, 여전히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파리 사클레 대학교는 2019년 설립된 새로운 형태의 대학 연합체입니다. 파리 11대학, 베르사유 생캉탕 대학교와 함께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 카샹, 에콜 폴리테크니크 등 여러 그랑제콜이 참여한 혁신적 모델입니다. 이는 프랑스 고등교육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야심 찬 시도로 평가됩니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는 2009년 세 개 대학이 통합하여 만들어진 종합대학으로, 특히 의학과 생명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독일과의 국경 지역에 위치한 특성을 살려 독일 대학들과의 활발한 교류도 특징입니다.

 

엑스-마르세유 대학교는 프랑스 남부 최대의 대학으로, 지중해 연구와 환경과학 분야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창업과 혁신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문 고등교육기관들

IUT: 실무 중심의 기술 교육

IUT(Institut Universitaire de Technologie)는 프랑스 고등교육의 독특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1966년 도입된 이 2년제 기술대학은 실무 중심의 교육을 통해 즉시 취업 가능한 인력을 양성합니다.

 

전국에 약 110개의 IUT가 있으며, 기계공학, 전기공학, 컴퓨터과학, 경영학, 화학공학 등 25개 분야에서 교육을 제공합니다. 교육과정의 50% 이상이 실습과 프로젝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업체에서의 인턴십이 필수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IUT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취업률입니다. 졸업생의 90% 이상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며, 많은 기업들이 IUT 졸업생들을 선호합니다. 실무 능력이 뛰어나고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IUT는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장벽과 확실한 취업 보장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BTS: 고등학교 연계 전문교육

BTS(Brevet de Technicien Supérieur)고등학교에 부설된 2년제 전문교육과정입니다. 약 150개의 전공 분야가 있으며, 관광, 호텔경영, 자동차정비, 미용, 패션 등 매우 다양한 직업 분야를 다룹니다.

 

BTS의 가장 큰 특징은 산업체와의 긴밀한 연계입니다. 교육과정 개발 단계부터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며, 교육 내용도 현장의 요구에 맞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됩니다. 또한 많은 과정에서 '교대제(alternance)' 방식을 도입하여, 학생들이 학교와 회사를 오가며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배웁니다.

 

BTS 졸업생들도 높은 취업률을 보입니다. 특히 서비스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BTS 졸업생들을 매우 선호하며, 많은 경우 인턴십을 진행했던 회사에서 그대로 정직원으로 채용됩니다.

 

예술 분야 전문교육

프랑스는 예술 교육 분야에서도 독특한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국립고등음악원(CNSM), 국립고등연극원(CNSAD),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ENSAD) 등이 각 분야의 최고 수준 교육을 제공합니다.

 

이들 기관의 입학 과정은 그랑제콜 못지않게 까다롭습니다. 음악원의 경우 악기 연주 실력은 물론이고 음악 이론, 청음, 시창 등 종합적인 음악적 소양을 평가합니다. 연극원에서는 고전과 현대 작품의 연기뿐만 아니라 즉흥연기, 몸짓 표현 등 다양한 능력을 검증합니다.

 

졸업생들은 국제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파리 오페라단, 국립극장 등 프랑스의 주요 예술기관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오케스트라, 극단, 미술관에서 프랑스 예술교육 출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입학 시스템: Parcoursup

혁신적 변화의 배경

2018년부터 도입된 Parcoursup은 프랑스 고등교육 입학 시스템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기존의 APB(Admission Post-Bac) 시스템이 추첨 방식으로 인한 논란을 겪으면서,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구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기 있는 전공에 지원자가 몰릴 경우 무작위 추첨으로 합격자를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학생들의 노력과 능력과는 무관하게 운에 의해 진로가 결정되는 불합리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Parcoursup의 작동 원리

Parcoursup의 가장 큰 특징은 알고리즘을 통한 매칭 시스템입니다. 학생들은 최대 10개의 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으며, 각 교육기관은 지원자의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평가 요소에는 학업 성적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지원 동기서, 추천서, 특별 활동, 언어 능력 등이 포함됩니다. 특히 동기서에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구체적인 진로 계획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스템의 투명성도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각 교육기관은 선발 기준을 명확히 공개해야 하며, 지원자들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순위와 합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이 더 전략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사회적 형평성을 위한 노력

Parcoursup은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한 다양한 장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각 교육기관은 일정 비율의 장학금 수혜자나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우선 선발해야 합니다. 이는 경제적 배경에 관계없이 능력 있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는 노력입니다.

 

또한 지역적 균형도 고려됩니다. 파리 지역의 명문 대학들도 지방 출신 학생들을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해야 하며, 이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복잡한 시스템으로 인해 정보 접근성에 격차가 생기고, 이것이 또 다른 형태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교육의 국제적 위상

세계 대학 랭킹에서의 위치

프랑스 고등교육기관들은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QS World University Rankings 2024에서 파리 사클레 대학교가 15위, 소르본 대학교가 59위에 랭크되었으며, 상경계에서는 그랑제콜인 HEC Paris, INSEAD 등이 지속적으로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학, 물리학 분야에서 프랑스의 위상은 독보적입니다. 필즈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 중 하나이며, 이론물리학과 순수수학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교육기관들의 국제 랭킹 위치는 단순히 수치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영미권 중심의 랭킹 기준이 프랑스의 독특한 교육 시스템과 완전히 부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그랑제콜의 경우 규모가 작고 연구보다는 교육에 중점을 두는 특성상 연구 성과 중심의 랭킹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국제 학생 유치 정책

프랑스는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유학 목적지입니다. 매년 약 40만 명의 외국인 학생이 프랑스에서 공부하며, 정부는 "Choose France" 캠페인을 통해 2027년까지 50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프랑스 교육의 국제적 매력은 여러 요소에서 나옵니다. 우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교육비가 큰 장점입니다. 영미권 대학에 비해 훨씬 저렴하면서도 세계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프랑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장학금 제도도 유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학문적 우수성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특히 철학, 문학, 예술, 수학, 물리학 분야에서 프랑스는 독특하고 깊이 있는 접근법을 제공합니다. 또한 유럽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교류도 활발합니다.

 

프랑코포니와 문화적 소프트파워

프랑스 교육제도의 국제적 영향력은 학문적 우수성을 넘어서 문화적 소프트파워의 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프랑코포니(Francophonie) 국가들과의 교육 협력은 프랑스의 문화적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핵심 수단입니다.

 

아프리카, 캐나다, 벨기에 등 프랑스어권 국가들의 많은 엘리트들이 프랑스에서 교육받으며, 이들은 귀국 후 자국의 정치, 경제, 문화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는 프랑스의 국제적 영향력 유지에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전 세계에 분포한 프랑스 국제학교(Lycée français international)들도 프랑스 교육의 국제적 확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138개국에 542개의 프랑스 국제학교가 있으며, 약 38만 명의 학생들이 프랑스식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의 도전과 개혁 노력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력

프랑스 교육제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사회적 불평등의 확대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 격차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REP(Réseau d'Éducation Prioritaire, 교육우선지역)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불리한 지역의 학교에 추가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고, 소규모 학급 운영, 개별 맞춤 교육 등을 통해 교육 격차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학 차원에서도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Cordées de la réussite' 프로그램은 명문 대학과 그랑제콜이 사회적으로 불리한 환경의 고등학생들을 멘토링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진로 상담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학습 지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혁명과 교육 혁신

COVID-19 팬데믹은 프랑스 교육제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갑작스럽게 도입된 원격 교육은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부각시켰고, 교육 방법의 혁신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습니다.

 

정부는 "École numérique" 계획을 통해 교육의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교에 고속 인터넷을 제공하고, 교사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태블릿과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를 학생들에게 지원하여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학들도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플랫폼인 FUN(France Université Numérique)을 통해 온라인 교육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리적 제약을 넘어서 더 많은 학습자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교육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패턴과 능력을 분석하여 최적화된 학습 경로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교육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4차 산업혁명과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프랑스 교육제도에도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직업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하면서, 교육 내용과 방법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alternance" 제도의 확대입니다. 이는 학교에서의 이론 교육과 기업에서의 실무 교육을 병행하는 제도로, 학생들이 학비 부담 없이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급여까지 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입니다. 현재 약 50만 명의 학생들이 이 제도를 통해 공부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창업 교육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많은 대학과 그랑제콜에서 창업 관련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고, 학생 창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양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기후 변화 대응 교육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프랑스 교육기관들도 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모든 교육 과정에 지속가능발전 교육이 의무화되었으며, 이는 단순한 환경 지식 전달을 넘어서 미래 세대의 삶의 방식을 바꾸려는 총체적 접근입니다.

 

대학들도 친환경 캠퍼스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건물 에너지 효율성 개선,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 장려 등을 통해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구 분야에서도 기후 변화 관련 연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지속가능한 농업, 순환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프랑스가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다양성과 포용성 증진

프랑스 교육기관들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성별, 출신 배경, 종교, 성적 지향 등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여성의 이공계 진출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주목할 만합니다.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이었던 공학계 그랑제콜들도 여성 학생 비율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성 과학자들을 롤모델로 내세우고, 어린 시절부터 여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장애 학생들을 위한 지원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접근성 개선, 보조 기술 제공, 전담 상담사 배치 등을 통해 장애 학생들도 비장애 학생들과 동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미래 전망과 발전 방향

하이브리드 교육 모델의 발전

COVID-19 이후 프랑스 교육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화 중 하나는 하이브리드 교육 모델의 발전입니다. 전통적인 대면 교육의 장점과 온라인 교육의 효율성을 결합한 이 모델은 앞으로 프랑스 교육의 주요한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면 교육에서는 토론, 실습, 팀 프로젝트 등 상호작용이 중요한 활동에 집중하고, 온라인에서는 강의 시청, 개별 학습, 퀴즈 등을 담당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인간적 관계와 사회적 학습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는 균형 잡힌 접근법입니다.

 

특히 평생교육 분야에서 이러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활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성인 학습자들에게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적은 온라인 교육이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국제화와 경쟁력 강화

프랑스 고등교육의 미래는 국제화와 경쟁력 강화에 달려 있습니다. 영어 강의 확대, 국제 공동 학위 프로그램 개발, 해외 캠퍼스 설립 등을 통해 국제적 존재감을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여러 대학들이 연합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노력입니다. 파리 사클레 대학교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대학 연합체들이 구성되고 있습니다. 이는 프랑스 고등교육의 파편화된 구조를 개선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전략입니다.

 

아프리카와의 교육 협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교육 시장 중 하나이며,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프랑스에게는 큰 기회입니다.

 

기술 융합과 학제 간 연구

미래의 프랑스 교육은 기술 융합과 학제간 연구에 더욱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AI, 바이오테크놀로지, 나노기술, 환경기술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여러 학문 영역의 지식을 종합하는 능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도 더욱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 외에도 다른 분야의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복수전공이나 연계전공을 통해 다학제적 사고력을 기르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

 

연구 분야에서도 학제간 협력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 연구에는 기상학자, 생물학자, 경제학자, 사회학자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통합적 접근이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평생교육과 재교육 시스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기술 변화는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높이고 있습니다. 한 번 배운 지식과 기술로 평생 일할 수 있던 시대는 끝났고, 지속적인 학습과 재교육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교육계정(CPF, Compte Personnel de Formation)'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든 직장인이 매년 일정 금액의 교육비를 적립하고, 이를 활용하여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대학들도 성인 학습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야간 과정, 주말 과정, 집중 과정 등을 통해 직장을 다니면서도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교육의 발달로 평생교육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집에서, 직장에서, 이동 중에도 언제든지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평생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마무리하면서 돌이켜보면, 프랑스 교육 시스템이 정말 복잡하면서도 살아있는 유기체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칼로레아가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그랑제콜이 최고를 지향하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모습, 그리고 대학이 모두에게 열려 있으면서도 경쟁력을 키우려 애쓰는 것을 보면, 프랑스 교육은 정말 쉼 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전통과 혁신이 손을 맞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200년 넘는 바칼로레아의 역사를 지켜가면서도 2019년에 확 바꾼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또, 그랑제콜처럼 소수 엘리트를 키우는 방식이 있으면서도 사회의 다양성을 품으려고 노력하는 점도 그렇습니다. 평등과 우수성을 동시에 쫓는 것도 정말 대단합니다.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서도, 그랑제콜을 통해 세계적인 인재들을 키워내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교양 교육을 정말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도 인상 깊습니다. 공학을 배우는 친구도 철학을 공부하고, 경영을 전공하는 친구도 어려운 수학을 배우는 것처럼, 단지 특정 기술자나 경영인이 아니라, 폭넓은 시야를 가진 '교양 있는 사람'을 키우려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프랑스 교육도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사회적 불평등,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 일자리 변화,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의 경쟁 같은 것은 사실 우리나라와 전 세계가 모두 겪는 문제들입니다. 그래도 프랑스는 나름대로 기특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 입시 제도를 개선한 'parcoursup'나, 일하면서 배우는 'alternance' 제도 확대, 디지털 교육에 힘쓰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교육을 필수로 넣는 등 시대를 따라가려는 노력들이 참 많습니다.

 

이런 프랑스 교육제도를 보면 우리가 배울 점도 꽤 있습니다. 먼저, 교육 철학이 정말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교육을 통해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쭉 밀고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점도 멋집니다. 모든 학생에게 하나의 길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고등학교, 기술 고등학교, 직업 고등학교처럼 여러 선택지를 주어 학생들이 각자 가진 재능과 관심사를 살릴 수 있도록 해줍니다. 또, 끊임없이 변하려고 노력하는 의지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옛것을 소중히 하면서도 현실에 맞춰 계속 바꿔나가려는 모습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프랑스 교육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꽤 밝은 편인 것 같습니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들은 여전히 많지만, 그런 문제들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니 말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섞은 하이브리드 교육 모델을 발전시키고, 더 많은 국제 교류를 하고, 평생교육 시스템을 단단히 만들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 등 미래 교육의 방향을 잘 잡고 나아가는 모습입니다. 특히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사람의 소중한 가치나 문화적 전통을 잃지 않으려 하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교육제도가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계속 돌아보고, 고쳐나가면서 발전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며, 다른 국가들이 이 역동성과 진화하는 능력을 꼭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